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겪어봤을 이야기.
한 남자의 아픔과 그로인한 변화
찌질함 한 가득에 멋진 사운드 한 바가지
이렇게나 찌질한데 이렇게나 멋있다
이전에 재규어 중사에 대한 소개글을 올린 적이 있다. 첫 번째 글이라 여러모로 두서없고 많이 부족한 소개글이었지만, 그래도 내 최애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인 만큼 최선을 다해 소개하고자 했었다.
오늘 적는 글은 아티스트 소개글에 이어 그 아티스트의 곡을 소개하는 글이다. 이번에도 내 최애 아티스트의 최애 곡을 소개하게 되었다. 아마 이 곡 하나만 수백 번 스트리밍 했을 것이다. 제목부터 어그로를 확 끌면서 멋드러짐이 폭발한다.
‘Bad Boy Anthem’
직역하자면 나쁜 남자 노래 이지만, 원래 뜻에 좀 더 가까이 번역하면 Anthem = 주제가… 즉 나쁜 남자 주제가라는 뜻이 여기선 가장 적합할 것 같다.
벌써부터 그 특유의 ‘포부’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가? 나쁜 남자라면 이 노래를 들어야할 것만 같고, 착한 남자도 이 노래를 들으면 나쁜 남자가 되어버릴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발걸음부터 바뀐다. 좀 더 자신있게, 툭툭 발을 땅바닥에 내던지며 세상따위 신경 안 쓴다는 듯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노래는 시작부터 묵직한 킥드럼이 고막을 때리며 시작한다. Lo-fi 한듯 Retro 한듯 뭔가 묵직하면서 단단한, 그런데 적당히 음질 열화되어있는 것 같은 묘한 질감의 킥, 그리고 무서지는 듯 부서지는 듯한 스네어 소리가 참 매력적인데, 이 드럼이 곡 앞 부분에선 매우 두드러지게 튀어나오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악기들 뒤로 사라진다. 아마 계속해서 드럼 소리가 부각되었다면 금방 피로해져서 듣기 싫었을 텐데.. 정말 기가 막힌 프로덕션 Choice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킥드럼 뒤로는 ‘널 원해 Bad boy you are~’ 라는 여성 보컬 샘플이 반복되는데, 이게 참 묘하게 90~0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샘플이다. 뭔가 아련한 듯, 유혹하는 듯 묘~한 보컬샘플과 그 위로 깔리는 레트로한 신스 라인은 지누션과 Soul for Real 을 떠올리게 한다. 어쩜 이렇게 센스있고 멋드러진 프로덕션을 만들어냈는지,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다. 이 인트로만으로 곡의 전체 분위기를 적당히 무겁고 아련하게 가져가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곡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프로덕션도 프로덕션이지만, 재규어 중사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멜로디 라인, 또 다른 등장인물 Tuff Daehee (구: Puff Daehee)의 맛깔난 랩,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물 쏟게 만드는 Raw한 가사에 있다.
똑같은 말은 안하고 싶어
오늘 여기선 특히 그래
어쨌든 난 빨리 뭐든 말 해야돼
생각은 안나지만
착하다는 소리 존나 듣기 싫어
너의 입에선 특히 그래
너한테만은 지나가는 놈 1 정도로
생략되고 싶지 않아
– Bad Boy Anthem, Verse 1 가사 中
아… 이 집 가사 잘한다… 이 집 가사 맛있다…
1절 가사일 뿐이지만, 벌써부터 눈 앞에 그림이 대강 그려진다. 아, 혹시 이 것만 봐서는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감이 안오는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재규어 중사는 친절히 앨범 설명에 힌트를 적어두었다.

이제 감이 좀 오는가? 그렇다. 여기서 언급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재규어 중사와 Tuff Daehee 가 노래하는 것이다.
조금 뇌피셜을 곁들여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면, 이제 막 나쁜 남자에게 차이고 돌아온 여성과 포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주인공. 지금까지 티를 내진 않았지만 사실 주인공은 이 여성에게 예전부터 이성으로서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항상 위로나 응원을 해왔던 주인공을 그저 ‘착한 사람’ 정도로만 바라보고 계속해서 나쁜 남자들과 교제하는 여성을 보며 “그렇게 나쁜 남자가 좋아? 그럼 나도 이젠 나쁜 남자 될거야” 하는 느낌의 라인이 아닐까 싶다.
난 아냐 착한 놈이, 난 아냐 착한 놈이
아냐 착한 놈이 전혀
할 수 있으면 널 곤란하게 해서 ㅎㅎ
넌 절대 몰라
난 필요해 니 도움이, 필요해 니 도움이
필요해 니 도움이 더
인정하기 싫지만 니가 없으면
난 ㅈ될지도 몰라
– Bad Boy Anthem, Hook 가사 中
내가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Hook 의 라인이다. 정말 이렇게 감미롭고 녹아드는 멜로디 라인에 찌질한 가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딱 적절한 찌질함에 멋들어진 멜로디를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에게 강한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온 몸으로 ‘나 나쁜놈이야!’ 라고 호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가사에서 읽을 수 있는데, 이게 참 재밌고 웃기면서도 나 스스로도 이런 적이 있는 것 같아 약간의 PTSD 가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나쁜 남자가 된 척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모습 또한 여러모로 나의 과거를 떠오르게 해서 한번 더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감미로운 재규어 중사의 훅이 끝나갈 때 쯤, OG하고 Bad Boy 한 자세로 들어오는 Tuff Daehee (구: Puff Daehee)의 16 마디가 일품이다.
나는 악명이 참 높은 자
내 위에 없지 더 높은 탑
나를 만만하게 보면 피 보지
실제로 많아 그런 인원이
근데 너를 생각하면 난 못자
결국 YDP 포차
나를 착하게 봤다면 너의 착각
skin, fade, high로 깎아
너의 용기가 나를 바꿔
더 밝은곳으로 네 손을 잡고
난 흘렸던 눈물을 닦어
수면위로 가 숨을 참고
숨기기가 힘든 이 에너지
어느새 바뀌어 버린 나의 멜로디
난 확실히 필요해 니 도움이 도움이
나는 혼자 오늘 또 고민 고민
– Bad Boy Anthem, Tuff Daehee 가사 中

진짜 나쁜 남자가 되어버린 Tuff Daehee. 오히려 그의 가사에서는 진짜 나쁜 남자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쁜 남자라고 열심히 호소하는 재규어 중사와 대비되는 ‘진짜’ 나쁜 남자의 알지 못했던 이면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제 곡은 슬 마무리이자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여기서도 재규어 중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브릿지 파트에서 애걸복걸하는 파트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미롭고 감동스럽다.
너 하나도 이겨내지 못하면
뭘 할 수 있겠어
널 넘지 못하면
내 온 몸을 다해서
내 온 힘을 다해서
성공이던 실패던 간에
hustle for love
– Bad Boy Anthem, Bridge 가사 中
이 후로 훅이 한번 더 반복되고 곡은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 가사로 “필요해 니 돈이” 라는 말과 함께 곡이 끝나는데, 이 것이 진짜로 재규어 중사가 ‘나쁜 남자’가 되어 뱉게 되는 첫 마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실 재규어 중사는 정말로 나쁜 놈이었고 그 것을 반대로 숨겨오며 착한 남자인 척을 해왔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치가 않다.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재밌게 생각해볼 법한 마무리 장치가 아닌가 싶다.
Bad Boy Anthem은 중후하면서도 감미로운 사운드를 곡 내내 잘 유지해가며 끝까지 듣는 이의 흥미를 잡아두는 재규어 중사의 명곡 중 하나이다. 레트로한 드럼과 신스, 뒤에 깔리는 아련한 여성 보컬 샘플. 그리고 그 위에 재규어 중사와 Tuff Daehee 의 스타일과 자세가 정말 찰떡같이 어울린다. 감미로움과 OG 스러움의 합작이 이렇게 조화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Bad Boy Anthem 은 재규어 중사의 곡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그루브와 어택감이 느껴지는 클럽 뱅어이다. 단순히 빠른 박자에 시끄럽기만한 클럽 뱅어가 아닌 여유, 그루브, 레트로한 갬성과 감미로운 보컬, OG 사운드, 오바떨지 않는 진정한 ‘멋’ 을 알고 싶다면 꼭 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만한 완성도의 뉴트로 R&B, Hiphop 곡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으니까.



